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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월례마당 '타하눈' 후기] 아프간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되는가

평화바닥 2007. 9. 22. 01:57
8월 월례마당 ‘타하눈[공감]’ 후기


아프간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되는가


8월 한달은 온통 아프간으로 쏠려 있었다. 한국인이 피랍된 사태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프간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부끄러움이 엄습해 이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아프간을 알고자 했다. 게다가 평화활동을 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입장임에도 아프간을 은연중에 무지로 일관했던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내에 발표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읽고 매일 속보로 배달되는 수많은 기사들을 클리핑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프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8월 월례마당 ‘타하눈[공감]’은 단지 아프간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기 위한 기획이었다. 한편, 군인이 아닌 민간활동가가 피랍된 상황을 두고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의견을 나눠보고자 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쉬운 길은 없었고 모두 앞서 연구하고 활동한 사람들의 후과를 물려받아야 했다. 일단은 그것만이라도 잘 하자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를 위한 자리로 8월 타하눈을 열었다.
나는 정리된 자료를 내놓으며, 말로 하기 어려운 몇 가지 주제들을 늘어놓았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충돌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아프간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리된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 어떠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왜 그렇게까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편견일 뿐임은 분명하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분쟁지역의 하나이지만 특수한 상황이 놓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라크 전쟁과 함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결정적 지점이며, 내부 내전의 가장 극심한 형태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9·11 사태의 직접적인 용의자는 그 나라 출신이 단 한명도 없음에도 침공당한 바로 그 나라이며, 지금 세계의 ‘테러와의 전쟁’이 가장 집요하게 집중되고 있는 그곳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의 전쟁과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프간’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무엇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 피랍사태 역시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예의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 중 하나라는 사실에서 시작해야 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전쟁과 갈등의 한 결과의 표현으로서 아프간 전쟁을 보기 위해 이슬람과 기독교, 종교와 정치이념, 국제정치세력, 국제 경제 등 여러 요소들의 연계망들을 볼 수 있지 않으면 안됨을 알게 되었다. 아프간의 역사와 상황, 이슬람 전통과 무자히딘, 그리고 탈리반과 미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을 조금이라도 함께 보고자 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아프간의 오늘을 이해하기 위한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오랫동안 아프간에서 취재해 최근 영상으로 나온 강경란PD의 ‘2007 아프가니스탄, 지독한 전쟁’이 그것이다. 이미 KBS스페셜에서 방영된 것이었지만 못 본 사람들이 많아 몰래(?)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봐서 제작자에겐 미안했지만, 아프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제작자의 취지에 거슬리지는 않았기에 눈감아 줄 것이라 여기고 과감히 봤다. 거기에는 많은 이야기, 특히 오늘날의 아프간 사람들의 괴롭고 고달픈 삶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절절히, 그리고 아프간 사람들의 목소리로 담겨있다. 그리고 제작자의 마지막 말대로 ‘전쟁을 견디어낸 삶 속에 평화의 실마리가 있을 것’임을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큐를 본 후, ‘개척자들’에서 활동하는 오승화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아프간에서 평화활동을 해온 ‘개척자들’의 활동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이다. 오승화씨는 이번에 아프간 피스캠프에 참여한 것일 뿐 자신은 아프간 활동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프간을 보는 중요한 시선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개척자들은 아프간 활동의 초기에는 남부 파슈툰 족 한 마을에 학교를 지원하는 일을 했다. 내전 시기 요새로 쓰이는 학교를 다시 짓고 돌려주려는 생각에서 시작한 활동은 곧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했다는 말에 쉽지 않은 현장활동을 느끼게 했다. 유엔의 도움을 받아 학교 주변 지뢰 제거를 하고 학교를 만들어 평화교육을 하고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지만 그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만들기는 너무나 어려워 실패했다고. 관계보다 먼저 물질이 들어가는 것의 위험성, 강경성향의 주민들과 어떻게 인연을 맺을지의 문제, 오랫동안 폭력의 일상에 놓여있던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의 어려움... 결국 활동 장소를 중부 하자라 족이 있는 바미얀 인근 지역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3년동안 주민들과 농사짓고 같이 살면서 지냈고 지금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자신들에게 계란과 먹을거리를 나누는 아프간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소박하게 살면서 베푸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그들을 보면 아프간의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승화씨는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해주었다. 탈리반을 어떻게 볼지, 미군과 파병군대의 문제점, 이번 피랍사태에서 나타난 복음단체의 문제들과 한국인들의 격한 반응들... 여러 가지 드는 고민들을 그대로 드러내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프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었다. 복잡한 상황이지만 단지 평화를 원할 뿐 폭력은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아프간 사람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지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8월 타하눈은 짧게 끝이 났다. 이 짧은 시간으로 아프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이나마 평화를 향한 이해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와 평화바닥은 ‘분쟁지역 납치사건에 대한 입장’을 함께 내기로 뜻을 모았다. 평화를 향한, 국가 틀을 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구상으로만 아닌 실제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평화는 그런 삶에 실마리를 있음은 확실하다.

염창근(평화바닥)


>>> 아프간 자료정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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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2007 아프가니스탄, 지독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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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지역 납치사건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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