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바닥은...

평화바닥 결성문 - 낮은 곳에서 더불어 실천하는 평화활동공동체, 평화바닥

평화바닥 2007. 11. 27. 14:17

[평화바닥 결성문]

 

낮은 곳에서 더불어 실천하는 평화활동공동체,
평화바닥 Peace Ground

 


 

우리는 2003년에 일어났던 이라크반전평화활동, 이라크민중지원활동, 한국군파병반대활동 등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그 성과와 한계 모두를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더 넓고 깊게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며 손잡았던 노력들은 무수한 풀뿌리 모임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이를 다시 되살리는 평화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서부터 시작하고, 삶 속에서 실천하는 평화만들기를 끊임없이 일구어 갈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낮은 곳에서 더불어 실천하는 평화활동공동체'로 규정하고, 보다 긴 호흡으로 일상에서 우리들의 평화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라크반전평화팀의 뜻과 의지를 이어가고, 성과와 한계를 계승하고자 합니다. 이를 이어가는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기 위해 2004년 5월에 이라크반전평화팀과 이라크민중지원연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파병반대를 외쳤던 사람들이 모여 ‘평화바닥 Peace Ground'를 결성하였습니다.
지난 2003년, 우리는 평화를 말하며 힘껏 목소리를 높여보았지만, 전쟁은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이 일어났고 파병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전쟁은 정치적 힘의 관계에서, 거대한 폭력과 지배의 논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를 지양하는 평화적 인간과 조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거대한 폭력의 지배를 바닥에서 뒤집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란, 우리의 노력이 있을 때 조금씩 형성되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좌절을 거듭 겪어 우리의 기운들이 빠져나가고, 평화가 크고 무거워 힘겨워지더라도, 우리는 매번 이를 반성하고 성찰하여 평화의 모습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그려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 우리는 평등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평화운동을 펼쳐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힘과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평화가 거짓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평화는 이와 전혀 다르며 경쟁, 차별, 폭력, 군사주의로 위장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평화는 평등의 가치와 같이 하며, 평등과 함께 시작됨을 한시도 잊지 않습니다. 우리는 폭력에 의한 거짓 평화로부터 벗어나 민중에 의한 평화를 새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거짓 평화를 적극적으로 해체시키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평화바닥은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평화를 옹호하고 끊임없이 낮은 곳을 향함을 의미합니다.

2. 평화는 이 세상의 기초이자 토대가 되어야 하며,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 평화의 기초이자 토대입니다. 평화의 바닥은 더 넓게 다져져야 합니다.
하나하나는 보잘것 없지만 세상을 푸르게 만드는 원초적인 힘을 간직하고 있는 들풀처럼,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화를 바라는 사람 하나하나가 기초입니다. 평화를 위한 실천과 마음들이 그물망처럼 짜여진다면 평화의 토대는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없이 무엇인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서 시작하여 서로의 손잡기로 넓어진다면 평화는 이 세상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가 이 세상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천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연계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평화의 바닥은 넓어지고 단단해질 것이며 거대한 폭력에도 무너지지 않으며 그 폭력들조차 소멸시키게 할 것입니다.

3. 우리는 평화의 가장 아래 부분에 있으면서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평화의 토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평화의 가장 아래 부분, 즉 바닥에서 실천하고자 합니다. 위 부분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권력다툼과 지배를 위한 경쟁,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폭력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위 부분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아래 부분에서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평화는 지배자들의 담론이고 논리였으며, 가장 보기좋은 양념이었습니다. 아직까지 평화는 민중의 것이 아닙니다. 평화를 대체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살아가고 있는 바닥에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4. 우리의 평화활동은 현장에서 시작하고 펼쳐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전쟁과 폭력을 마주하고 나서야 평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참혹한 참상을 보고 그리고 폭력의 비참한 결과를 목격하고 나서야 평화를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있는 폭력과 반평화의 그림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향한 일에도 구분과 대립이 생기고 갈등과 괴리가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국제적 분쟁들, 집단간 분쟁들, 개인간 분쟁들, 개인 안의 분쟁들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분쟁 해소와 평화 실현을 위해 실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분쟁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평화의 토대가 될,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할 것입니다. 거대한 폭력적 권력들과 질서들에 맞서는 국제적 민중의 연대에 동참할 것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우리의 발로 뛰어다니며, 우리의 바닥에 평화의 씨앗을 함께 뿌리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전쟁과 분쟁을 이겨내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안정을 지켜내는 수준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공존과 평등에서 평화운동을 바라봅니다. 전쟁과 군대를 준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군사적 긴장 유지 상태를 초월하여 공기와 물과 햇볕 같은 평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것은 커다란 한 그루 나무 아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들풀들이 서로 손잡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될 것입니다. 이것이 평화바닥, Peace Ground의 내용이자 방식입니다.

 

 

2004년 5월 26일
평화바닥 Peace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