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여옥] 비인도적 무기 거래 '이름 날리는' 나라 한국

평화바닥 2010. 3. 12. 22:28

 

비인도적 무기 거래 '이름 날리는' 나라 한국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국제회의] '10대 방산 수출국'이 목표라고?


여옥



국제적으로 반전·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 War Resisters' International)이 22일부터 인도 구자랏 아메다바드 지역에 있는 구자랏 비디야피트(Gujarat vidyapith) 대학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회의의 이번 주제는 '비폭력적 생존투쟁과 세계적 군사주의: 연결 및 전략'으로 삶을 빼앗길 위협에 처한 사람들이 저항하며 벌이는 비폭력 투쟁과 군사주의와의 연관성이 논의되었다.



▲ 네덜란드의 무기거래 반대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웬델라 씨. ⓒ 여옥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RI) 국제회의 기간 동안 구자랏 비디야피트 대학 내에서는 40여개가 넘는 워크숍이 열렸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익숙한 군사기지와 강제철거 문제를 비롯해 나토(NATO)에 저항하는 비폭력행동, 취약 계층을 착취하는 군 징집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남미의 군사주의와 에너지개발 문제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평화운동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전쟁수혜자에 저항하는 초국적 캠페인-무기거래 반대운동과 지역공동체 간 연대 형성'이었다. 오랜 활동 경험을 가진 '무기거래에 반대하는 유럽네트워크(ENAAT)'의 사례와 함께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무기거래 반대운동 경험들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도 2년 전부터 '무기제로팀'이라는 이름으로 무기거래에 반대하는 평화활동가와 병역거부자들이 모여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 구성원이었기 때문에 이 워크숍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무기거래를 감시하고 반대하는 평화운동

WRI에서 전쟁수혜자 반대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라크 전쟁 직후부터이다. 무기거래 반대운동에서 말하는 '전쟁수혜자(Warprofiteer)'란 전쟁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말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엄청난 이익을 가져간 딕 체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핼리버튼(Halliburton)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WRI는 핼리버튼에 반대하는 직접행동을 펼치려고 했으나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기업의 특성상 정보가 상당 부분 가려져 있었고, 일상적인 불매운동을 하려고 해도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WRI는 특정 기업에 대한 반대운동보다는 개별 국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룹들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세계적 네트워크 형성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기업이 무기를 만들고, 수출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윤 때문이다. 그러나 무기를 팔아 이익을 얻는다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 기업은 곧 무기를 팔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한 상황을 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수출된 무기 자체가 분쟁의 원인이 되며, 결국 무력충돌과 전쟁을 촉발하는 매개체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초국적 전쟁수혜자 기업들의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별로 주목하지 못해 왔다.
그러나 한국 역시 이미 무기거래에 있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의하면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무기 수입 총액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2010년도 무기 수출 목표액을 전년보다 25% 증가한 15억 달러로 설정하고, 2012년까지 세계 10대 방산 수출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중단한 원자력발전소 팔아서 돈 벌고, 사람 죽이는 무기 팔아서 돈을 벌어도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다.


▲ 재래식무기 주요수입국 목록. 어디서나 한국은 빠지지 않는다. ⓒ 여옥



한화와 풍산이 만드는 '비인도적' 무기

무기거래반대운동 워크샵에 참여한 네덜란드 무기거래 반대운동(Dutch Campaign Against Arms Trade)의 웬델라(Wendela de Vries)는 무기거래와 관련된 정보는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대부분 기밀에 가려져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활동가들은 국가재정이 열악한 인도네시아가 빚까지 내면서 네덜란드의 무기를 수입하려고 했던 자료를 찾아내고, 이 사실을 인도네시아 민중들에게 알려서 두 나라의 민중들이 연대한 무기거래 반대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그들은 정부의 문서와 수출입 관련 자료들을 면밀하게 조사하다가 자료들을 발견했다.
자료를 찾아내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감시운동그룹과의 연대를 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전략이었다. 이 속에서 군수산업체의 비윤리적 행동을 폭로하고, 기업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당 기업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의 경우도 정보접근의 어려움이 큰 문제다. 실제 우리는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무기를 생산,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작년 12월 3일 집속탄금지협약 1주년을 맞아 '무기제로팀'에서는 한화와 풍산이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을 만들어 분쟁지역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국이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집속탄은 내부에 수많은 작은 폭탄을 품은 폭탄인데, 불발률이 높아 이후 지뢰처럼 민간인의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비인도적 무기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자, 시민들은 '우리 기업이 이런 일을 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곤 했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만드는 비인도적 무기에 대한 국제 평화운동의 관심은 상당했다. 최근 벨기에의 한 평화단체가 발행한 '집속탄 생산기업 투자자 목록'에서는 한국에서 집속탄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한화와 풍산을 주요한 감시 기업을 꼽고 있으며, 이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국민연금, 미래에셋, 천안북일학교재단 등의 리스트를 게시하고 있었다.


▲ 이스라엘 라파엘사에서 인도에 미사일을 팔기 위해 만든 홍보영상. ⓒ 여옥



무기거래 반대운동은 그동안 작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무기생산 기업이 계속되는 캠페인에 압력을 느껴 이름을 바꾸기도 했고, 집속탄 생산기업에 투자하는 금융기업이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으며, 무기박람회에 참여하겠다던 기업이 참여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을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름만 바꾼 기업이 다른 이름으로 여전히 무기를 생산하고, 투자를 철회한 금융기업 대신 외국의 금융업체에서 새로운 투자를 받기도 하며, 무기박람회는 업체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거래의 반인도성을 조금씩 알려나가는 것, 이 속에서 군사화된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워크숍에 참여한 활동가들의 생각이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과의 싸움을 언제나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무기거래와 같이 '안보' 영역에 해당하는 이슈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끈기 있게, 또한 초국적인 전쟁수혜자들에 대항하는 초국적인 연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저항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여옥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127141242&Section=05
* http://peaceground.org/zeroboard/zboard.php?id=ground&no=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