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하이셈] 사라진 미소

평화바닥 2007. 9. 22. 01:58
사라진 미소


하이셈



7월 25일 수요일이었다.
그 날은 이라크 사람들이 영원이 기억할 그런 날이었다.
그들은 한국과 맞붙게 될 아시안컵 4강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라크  축구팀은 아시안컵 초반부터 굉장히 잘해주었고, 이라크 응원단은 언제다 선수들 뒤에서 응원을 했다.
시합은 현지시간으로 2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고,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아걸고 사람들은 시합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1시쯤에 약국을 닫고는 축구를 보려 형 집에 갔다.

가라다 거리에서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는 친구 알리가 내게 물었다. “어디가?”
형네 집에, 라고 난 대답했다. 그래야 차분하게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난 이라크가 이긴다면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서 집에 오기 힘들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그가 말했다. “가는 길에 나 좀 내려주라.”
“알았어.” 난 대답했다.

우리는 차에 탔다.
난 만수르 씨티에 그를 내려주고 형 집이 있는 까디시아로 갔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발전기를 챙겨서 기름을 가득 채운 후 작동시켰다.
경기 시작 전 우리는 상황실 중계를 보다가 골키퍼인 누르 사브리의 형이 그 날 바그다드에서 폭발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그의 가족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에게 이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정확히 2시 30분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경기에 몰입되었다. 그날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아무 득점 없이 시합이 끝나자 우리는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합은 어떻게든 끝나야 했고, 그래서 연장전에 갔으나 여전히 영대영이었다.
그럴 때 하는 게 페널티 킥이다.

한국이 먼저 공을 찼고 한 점을 올렸다. 그 다음에 이라크 역시 한 점을 올렸다.
그렇게 가다가 누르 사브리가 세 번째 골을 막아냈다. 이제 이라크가 유리해졌다. 우리는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라크는 세 번째 득점을 했다.
이제 한국이 득점을 하지 못하면 이라크는 결승에 가는 것이었다.
한국 선수가 슛을 날렸으나 공은 사이드 바에 맞고 나갔다.

이라크가 4강에서 이기고 결승에 진출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였다. 그 모든 쟁쟁한 팀들과 선수들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이라크 팀이 지옥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정말 대단한 결과였다.

우리는 전기도, 물 공급도 없이 이 말도 안되게 더운 여름을 나고 있었다. 우리 는 폭발이 일어나는 일상에서 사는 데 익숙해졌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슬픔을 잊고 뭔가 축하할 수 있는 이유를!

정말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그 이유를 이라크 축구팀이 모든 이라크 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이라크 깃발을 흔들면서 이라크 이라크를 외쳐댔다.

시아파도, 순니파도, 쿠르디쉬도, 그리고 크리스찬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였고, 커다란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라크 인들이며 이라크를 사랑한다는 사실 말이다.

쿠르드족도, 순니도, 시아도 노래하기 시작했다…우리는 결코 우리 조국을 팔지 않으리라!
사람들 중 한 명이 거기서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 우리를 보고 본보기를 삼으라. 우리는 이라크 인으로서 하나가 되어 여기에 있고,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 그러나 당신들도 정부 안에서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우리처럼 하나가 되길 바란다.
그는 정부가 파벌 싸움을 그만두고 뭉쳐서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게 되길 요구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거리에서 정부를 향해 멋진 조언을 보낸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 깃발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건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가라다에서도, 만수르에서도, 팔레스타인 거리에서도…어디에서나 축하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라크 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모든 것을 잊고 몇 시간 동안이나 축하하고 축하했다.
축하의 총포도 터졌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차를 타고 알 만수르로 합류했다.
거기에는 수 천명의 사람들이 행복을 나누며 차에서, 거리에서 축하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차 두 대가 축하행렬의 일원인 것처럼 인파 속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인파 속에서 자신들의 차를 폭발시켰다!
...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이 모든 이라크 인들을 죽이려 하는 것인가.
누가 사람들의 미소가 채 빚어지기도 전에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수백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수백명이 다쳤다.

그들은 행복해지려다 죽었다!
그들은 이라크, 이라크를 외치다 죽었다.
그 곳은 알 마수르 씨티였고, 거의 비슷한 시간에 팔레스타인 거리에서도 차량 폭발이 일어났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내 친구 알리, 시합 전에 내가 집 앞에 내려준 알리는, 지금 부상을 치료받으며 입원해있다. 그는 당시 군중 속에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무사하다!
그렇게, 축하 행렬은 재앙으로 바뀌었다.
단지 이라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들은 이라크 인으로서 함께 일어섰다는 이유만으로 죽었다.
그들의 죄라면 이라크를 사랑했고 이라크를 위해 행복해지려 했다는 것 뿐이다!

그들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었으나, 그들의 웃음은 피기도 전에 살해당했다.

이것이 그 행복한 날이 어떻게 재앙이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날이 영원히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승전은 29일 일요일에 있다.
그날 바그다드에는 하루종일 통금이 있을 것이다.
이라크가 결승에서 이겨도 사람들은 축하할 길이 없다.


7월 28일. 하이셈. 바그다드에서.


* 하이셈은 이라크 의사로 현재 바그다드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이셈은 2004년 한국에서 있었던 '전범민중재판' 이라크인 증언자로 참여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2006년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곳 사람들의 삶에 대해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