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이라크팀] 분쟁지역 납치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

평화바닥 2007. 9. 22. 02:02

분쟁지역 납치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



먼저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당한 두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납치된 다른 분들이 모두 풀려나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과 반성거리를 남겼습니다. 우리 또한 이른바 ‘분쟁지역’의 평화를 염원하고 가능하다면 현지에 가서 주민들과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들로서, 숙연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봅니다.

NGO는 국가 또는 정부 기관과는 다른 개인들의 모임입니다. 개인들의 의사와 결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국적으로 구별되는 현실에서는, 특히 NGO 회원의 해외 활동은 국가하고 어떻게든 연관지어집니다. 아무리 상관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만에 하나라도 납치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들만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최대한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행동하겠습니다.

우리가 조심스러워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분쟁지역의 평화를 돕기 위해 현지에 간 NGO 회원이 납치되면, 그 취지와는 반대로 그 지역에 대한 적의와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쟁지역이 분쟁을 겪게 된 역사와 원인은 묻혀지고 사태 자체와 그에 대한 감정만 부각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 납치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격한 반응을 보면서 우리는 너무도 착잡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의 해외 활동이 국가 또는 정부의 일과 전혀 상관이 없을 수는 없으되, 그렇다고 같은 범주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개인이 국가적 결정과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반대하며, 파병 철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자유는 기본적 권리이며, 그중에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이동할 자유도 포함됩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임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아프가니스탄처럼 ‘여행 금지 구역’으로 선포되는 지역이 점점 더 넓어진다면 그만큼 개인으로서 이동할 자유는 좁아질 것입니다. 이 점이 우리는 무척 걱정됩니다.    

우리는 국가와는 다른 시각에서, 한국인이 분쟁지역에서 납치되어 결과적으로 국가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이외의 다른 문제들도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납치 문제로 어느 분쟁지역에서 모든 NGO들이 철수하여 구호와 지원이 끊긴다면, 그 지역 주민들은 더욱 곤란을 겪으리라는 문제 말입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류의 일원으로서, 또 독자적인 개인으로서 고민하고 행동할 자유를 존중받고 싶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야겠으나, 우리의 뜻을 좀더 명백히 밝히기 위해 우리가 납치되는 사태를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경우에도 우리는 정부의 개입을 원치 않습니다. 첫째, 우리는 개인으로서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고, 또한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되도록 개인적으로 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피랍자에 대한 정부의 몸값 지불은 한국인을 납치 표적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한국 NGO의 분쟁지역 활동을 더욱 어렵고 위험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NGO로서 우리의 활동이 결국 정부의 부담이 되거나 정부 차원의 일로 환원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체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고자 합니다.  



2007년 9월 9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평화바닥 이라크평화활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