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태적 광고란 이런 것이야~
STX TV광고, 그 무대포 정신으로 감동을 주겠다?
안병천
저녁 식사, 정확히는 밤 식사를 하다가 보게 된 STX의 광고, 그것을 보고서 입이 쩍 벌어질뻔 했다. 다행히도 오랜 내공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지만, 그 놀라운 무대포 정신을 표현한 광고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서는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아 노트북을 켰다.
'모두가 빙하를 피해갈 때, 우리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이 세계최고를 만듭니다.'
-STX TV광고 중 나래이션 일부
공중파 방송을 보면서 불편함을 감출 수 없는 광고나 프로그램, 또는 정치인들의 발언들은 셀 수가 없다. 답답하고, 짜증이 나면서도 일일이 따지고 있을 수 없어 지나가는 일이 많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STX TV광고 'World Best'의 2번째 광고를 보면서 먼저 3가지를 생각했다.(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이다.)
첫번째로는 광고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의 수준을 생각했고, 다음으로는 그 광고를 기획한 광고기획자의 수준을 생각했고, 마지막으로 STX 지주회사의 수준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 수준을 생각하면서 떠올린 4가지 어구.
개발주의적 사고, 남근주의적 사고, 반미래적 사고, 반생태적 사고
이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요즘 내가 본 것들중 최악의 광고...
어쨌든 너무 충격적이어서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방송위까지 건들면서 방송심의규정을 근대적 패러다임을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생태주의적 방송심의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하고 싶고, 그러지 못한 책임을 묻고도 싶지만, 묻는다고 들어줄리 만무하며, 그것을 해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일단은 '광고' 그 자체만을 두고서 이야길 해보려 한다.
왜, 모두가 빙하를 피해갔을까?는 생각하지 못한 광고
도대체 이 광고 기획자는 이 카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
왜 굳이 모두가 빙하를 피해갔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모두가 하지 않던 것을 하면, 그것이 개척이고, 그것이 창조이며, 그것이 혁명일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생명이 꿈틀대는 남극의 빙하, 펭귄이 살아가는 차가운 땅 빙하를 그 거대한 배로 미친듯이 쪼개며 나아가는 것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모두가 빙하를 피해갈 때, 우리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그로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는 펭귄을 비롯한 생명체는 무시한 채 나아가는 STX, 그로 인해 빙하가 녹게 되면 그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그 빙하를 쪼개놓겠다는 생각을 하는 STX...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광고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인류의 관심사로 떠오른 마당에 그 빙하를 쪼개고 길을 만들겠단다. 그래놓고서, 그것을 끊임없는 도전이라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세계최고란다. 그 무대포정신으로 세계최고가 되겠다고 이야기한다.
굳이 보지 않아도 비디오라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그 무대포정신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할 것이고, 경쟁사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불공정거래가 빈번할 것이고, 적어도 국내에서는 독과점이 이뤄질 것이다.
생태적 사고가 결여된 광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나? STX의 에너지산업이나 조선산업 등 각종 사업들이 근대적인 개발주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아... 너무 흥분해서 선을 넘어섰네????
다시 돌아와서 나의 상상은 상상만으로 그치길 바라면서, 다시 광고로 돌아와 이야길 해나가야겠다.
생태적 사고는 평등하며, 경쟁패러다임이 아니라, 상호호혜적인 패러다임에 기반한 사고이다. '세계최고', 생명과 지구를 생각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과는 거리가 먼 사고이다. 하지만, 칭찬할 구석이 없는 광고인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속이지않고, 솔직하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여기 저기서 생태하천이라고 칭송하고 있지만, 실은 공원하천인 청계천처럼 물타기 작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나, 그 자체로도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인데, 그것을 후벼파서 조경을 조성해놓구선 생태마을, 생태공원이라고 이야기해 개념을 흐리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말이다.
광고의 영향력,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고려한 광고심의 필요
광고의 영향력을 볼 때, 그리고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정도를 볼 때, 적어도 생태적 사고에서의 광고 심의는 광고기획자나 광고기획을 맡긴 업체나, 그리고 최종적으로 심사를 하게 되는 심의기관 모두 생각해야 할 기본 기준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라는 광고만 도덕과 윤리에 비추어 '우린 안받아'하면서 마치 도덕적으로 높은 공중파방송사인냥 선전하는 주요방송3사가 될 것이 아니라, 이런 광고도 자신들의 방송이념에 비추어 평가하고, 받을 수 없을 땐 안되사와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송3사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본의 무게에 짖눌려버린 사회라곤 하지만,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하는 방송, 광고, 기관,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까지도 가져본다. 제발~
* 이 글은 '관악공동체라디오' 홈페이지에도 실려있는 글입니다.
* 회원이신 안병천님은 '관악공동체라디오(관악 FM)'에서 방송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문 : http://peaceground.org/zeroboard/view.php?id=ground&no=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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