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뽀] MB정부 들어 뒤집힌 국방정책

평화바닥 2009. 1. 22. 13:29


MB정부 들어 뒤집힌 국방정책




자주국방과 동북아 지역의 균형자 역할론을 내세웠던 노무현정부가 막을 내린지 이제 6월이 지나고 있다. 이전 정부에 비해 이렇다 할 국방비전을 내보이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과거의 한미동맹체제 복원으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다수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소원했던 한미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이 제기했던 주한미군 감축과 병력철수 안건을 철회하도록 한미양국은 이미 협의했다. 다른 많은 협상과 논의 현안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철회가 이렇게 빠르게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게 감축이나 철수가 급박하거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부시와 이명박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중지를 합의했다.>

주한미군의 감축중지와 자주국방론의 쇠락

전통적 지지세력을 등에 업기 위해 추진한 동맹의 복원이지만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국방개혁에 대해 전반적인 수정을 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론 강군을 원하는 모순적인 국방논리(이는 지금의 국민정서와도 일치한다)가 지배하는 이상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안에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다만, 국방개혁안이나 다수의 국방정책이 철저히 군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관점에서 이뤄졌기에 이러한 관점의 재정비가 있을 듯하다. 이는 국방부의 보신주의에 기반 한 재정비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존재한다.
국방부 민간인 채용 확대, 방위사업청 개청 등은 현역 장성들의 영향력 축소라는 점에서 추진당시 국방부의 우려가 대단했다. 효율성, 보안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그들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의 집권은 빼앗긴 권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자주국방의 원대한 비전과 정책에 대한 예산감축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항목에 얼마나 삭감이 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은 군내의 세력 간의 힘겨루기와 무기체계를 둘러싼 논쟁에도 불을 붙일 것이다. 특히,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해공군의 무기도입에 육군을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 강화주의자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국방비가 힘겨루기에 의해 쪼개진다면 다수파라 할 수 있는 육군위주의 무기증강과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병들에 대한 복지비가 꾸준히 투입될 것이다. 꾸준한 장병복지 카드는 북한과의 군사력비교에서 우월한데도 수십만에 이르는 대군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육군 중심의 군 체계에 대한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대국민 설득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화운동에 대한 담론생산과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변화는 문민통치론자들의 자주국방론 보다 더 참여의 폭이 좁아진 것이 당연하다. 특히, 시민을 배제한 군사전문가들의 정책입안과 집행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군수산업에 대한 전망음식을 남기는 것은 너무 미안한 일

자주국방론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무기생산에도 박차를 가하는 기회로 다가왔다. 분단을 통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그렇게 지불한 비용을 이용하여 이제 중소형 무기의 주요 생산, 수출국이 된 한국이 변화된 국방정책 아래에서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동안 천문학적 숫자의 무기도입에 따라 불거졌던 무기도입비리가 방위사업청의 존폐위기를 앞두고 다시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물론 예전과 달리 국산무기로 대체가능한 무기종류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무기도입 시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어려워졌으나, 여전히 이를 감시하는 외부의 시스템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시 부시와 협의했던 한국의 무기수입국 지위격상은 무기구매 시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없앤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나 무기수입의 대부분이 미국 측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무기체계와 기술종속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주국방과 독자적 전시통제권 확보는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불균형한 관계가 지속되어 온 수 십년간의 축적물이 완전히 제거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6개월 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지난 10년간, 변화의 첫 단추를 다시 풀어 버린 것이다.
미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로, 미국의 고급 무기가 수입된다면 국내 군수산업은 미국 무기 부품의 하청공장으로 역할을 하거나 우리보다 국방력이 낮은 국가에게 중소형 무기를 판매하면서 자생할 수밖에 없다. 혹은 더티한 무기(비인도살상무기, 화학무기,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가 심한 유럽이나 미주와는 달리 그러한 감시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이 더러운 무기의 생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으며 나름의 판로를 공고히 해나갈 수도 있다.  
그러한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국가적인 문제지만 지구에서 그러한 무기를 끝장내야 하는 임무를 가진 평화운동진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간과할 순 없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생산과 국내에서의 여론 확산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도입논의가 오가고 있는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기술과 작전은
무기구매에서 서로를 옳아 매며 무기 구매국에 종속을 심화 시킨다.>



* 평화바닥 후원회원인 뽀님은 <평화인권연대>와 <환경재단>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평화인권연대> 소식지 '평화연대'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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