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여옥]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

평화바닥 2009. 1. 22. 13:31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


여옥




0. 전의경제도 연혁 및 도입배경

1970년 12월 31일 전투경찰대설치법이 제정되어 그 동안 일반경찰관으로 구성된 전투경찰이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병력자원으로 전환되어 군대식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전․의경 제도의 근거법률은 병역법과 전투경찰대설치법 및 같은 법시행령으로서 법령상 작전전투경찰순경으로 되어 있는 전경의 주요임무는 대비정규전, 국가중요시설방호, 요인 및 신변보호, 작전상 취약요소제거 및 경비업무수행 등의 대간첩작전으로 1976년 9월 창설되었다. 법령상 의무전투경찰순경으로 되어 있는 의경은 시위진압, 범죄예방, 순찰, 교통 등 치안보조 업무수행을 목적으로 1982년 12월 창설되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비업무 기능은 이루어지지만 징병제에 의한 복무지원 및 대체모집에 의한 복무형태가 아닌 직업 경찰관제에 의한 제도로 운영되며, 전․의경 징병제에 의한 제도 운영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경우이다.


1. 국방의 의무와 전환복무

헌법 제39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외국 또는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국토방위의 의무를 말한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제1조에서는 ‘간첩(무장공비를 포함한다)의 침투거부·포착·섬멸 기타의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지방경찰청장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경찰기관의 장 또는 해양경찰기관의 장 소속하에 전투경찰대를 둔다.’고 하여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전투경찰대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전투경찰순경의 임용과 관련하여 법 제2조의3 제1항에서는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은 병역법 제2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환복무된 자 중에서 이를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시행령 제2조 제4호에서 이와 같이 임용된 자를 "작전전투경찰순경"이라고 하고 있다. 또한 법 제2조의 3 제2항에서 ‘치안업무의 보조를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은 병역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환복무된 자 중에서 이를 임용한다.’고 하고, 이러한 자를 "의무전투경찰순경(이하 "의무경찰"이라 한다)"이라고 하고 있다(법시행령 제2조 제5호).
국방의 의무를 광의의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전경으로 전환복무하여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국방의 의무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그처럼 광의의 개념으로 국방의 의무를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에서 헌법적 원리로 강조․실천되어온 군사영역과 치안영역은 엄격히 분리한다는 점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전환복무된 전경이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시위 현장에 투입되어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것까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전투경찰대설치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소수의견은 ‘전투경찰순경은 국방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군현역병으로 입영한 자 중에서 전투경찰대로 전임되는 자이고, 그 임무는 구 전투경찰대설치법 제2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대간첩작전의 수행이므로 무장공비가 준동하는 사태가 없는 한 통상의 불법한 집회 및 시위의 진압 등 순수한 경찰업무는 그의 임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국방의무라 함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해서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는 국토방위의 의무를 말하며, 적극적으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군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 의무(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전시근로동원법 등에 따라 현역군 조직은 물론 예비군 조직, 민방위 조직, 전시근로동원 조직 등에 참여해서 국가의 안전과 국토방위를 위한 의무)와, 소극적으로는 국토방위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하는 의무(군작전상 불가피한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 거주·이전의 제한 등을 수인할 의무)를 통칭하고 있을 뿐이고, 전투경찰대로 전임되는 현역병은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고 있을 뿐이므로, 경찰의 순수한 치안업무인 집회 및 시위의 진압의 임무는 결코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헌법 제77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군병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국가비상사태의 수습이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계엄을 선포하여 군병력으로써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현행 전투경찰제도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지 않는 한 군인을 공공질서유지를 위해 출동시킬 수 없다고 하는 헌법 규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2. 양심의 자유와 시위진압명령

전경들은 현역병으로 입영할 때 전경이 되어 집회나 시위 현장에 출동하여 이를 진압하는 일을 하게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단지 군인의 신분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입영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전투경찰순경으로 전환복무되고, 국방의 의무와는 관계없는 시위진압을 하도록 명령받는다. 이는 전경 본인의 정치적 견해나 양심에 반하여 시위진압명령에 따라 시위진압을 해야함으로써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게 된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 유지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체계 내에서 양심의 자유의 기능은 개인적 인격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가 되고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불가결한 것이 되어 왔던 양심의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외의 어떠한 정신적 자유보다 보장되어야 할 정신적 기본권이며, 또한 민주주의 체제의 존속과 발전을 최후에 담보하는 기본권이다.
이처럼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시위진압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인 양심유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3. 영창징계와 벌칙

전투경찰대설치법 제5조에서는 전투경찰대 대원에 대한 징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제1항에서는 ‘전투경찰대의 대원중 경사·경장 또는 순경(전투경찰순경을 포함한다)에 대한 징계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영창 및 근신으로 한다.’, 제2항에서는 ‘영창은 전투경찰대 또는 함정 기타의 구금장에 구금함을 말하며 그 기간은 15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영창 징계는 형사상의 제재인 구류처분(죄인을 구치소나 유치장에 가두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조치)과 유사한 것으로서 개인의 인신구속이 징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창의 징계권자는 전투경찰대의 장 및 이에 준하는 부대의 장이며 관할 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한 법관의 결정없이 지휘관의 명령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영창제도는 세계인권선언 및 국제인권 B규약에서 규정한 자의적 구금의 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나아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하는 경우에 법관의 결정 절차를 요구하는 우리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제6조에서는 이러한 영창 징계처분을 받고 불복하고자 하여 소청(징계처분이나 불리한 처분을 당했을 때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한 때에도 이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당해 징계처분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법시행령 제41조에 따라 소청심사를 맡은 징계위원회는 구성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소청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어 최대 15일인 영창징계에 있어서 사실상 그에 대한 불복가능성을 차단시키고 있다. 그리고 영창 입창자에 대하여 가족 면회 시에 한하여 영창이 설치된 경찰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아 면회하도록 하고, 면회시간 및 장소 등은 허가하는 경찰기관의 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외부와의 소통권의 과도한 제한이다.

제9조 제2항에서는 ‘직무상 공격하여야 할 적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공격하지 아니한 자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간첩작전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시위진압에 투입되고 있는 상태에서 전투경찰순경이 맞닥뜨려야 할 ‘적’은 바로 국민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 전의경제폐지를 위한 연대에서 주최한 2008년 7월 23일 <전의경제도의 실태와 문제> 토론회의 발제문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 - 염형국(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 후원회원이신 여옥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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