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희깅] 수영과 겨털

평화바닥 2009. 1. 22. 13:27


수영과 겨털


희깅



젠장. 이 글은 젠장으로 시작해야겠습니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것은 수영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물이 무서웠죠. 정확히 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사실이 무서워 수영과 스쿠버다이빙 등을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서울비(희깅의 친구)의 말에 의하면, 물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물을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 예를 들어 세수하기 위해 받아둔 물은 사람들이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 저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수영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다이어트도 겸하고, 더운데 물에 있으면 운동하다 수영장에 몸을 담구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한번도 겨드랑이털(소위 겨털)을 민 적이 없습니다. 보통의 여성은 나시를 입을 때 겨털을 밀지요. 반면 저는 나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다가 여름에도 소매가 있는 옷을 입다보니 겨털따위 신경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아아. 그런데 수영장을 가는데 겨털을 안미는 것도 좀 그렇더라고요. 사실 첫날은 밀지 않고 용감하게 갔는데, 50대 아줌마들도 겨털을 민 것을 보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면 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밀려고 하니 드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는데, 왜 여성만 겨털을 밀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여자 농구선수는 미는데, 남자 농구선수는 안미는 것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이었죠. 여성의 털이 왜 징그럽고 민망한 것이어야 할까요. 겨털이 겨드랑이에 붙어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텐데요. 물론 박태환 선수가 겨털을 미는 관계로 요즘 겨털을 미는 남성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이번에 금메달 따고 손을 뻐쩍 드는데 그의 겨드랑이는 말끔하였어요.) 그래도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수영장에 가니 다들 미는데. -ㅁ-;;;

용기내어 화장품 가게에 갔습니다. 제모관련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30대 초반의 젊은 가게 주인이 어디를 제모할 것이냐 물어봐서 아주 민망해 하며 "겨털"이요. 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면도기를 추천하더군요. 왁스를 기본 짧은 털을 관리하는 것이고(심지어 왁스를 잘라서 손가락 털을 뽑는 여인네도 있다는군요.), 크림이나 면도기를 쓰는 게 좋은데 크림은 예민한 피부에 좋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겨털을 밀었지요. -ㅁ-;;;

어제 이런 이야기를 아는 여자 후배와 나누다가 그녀가 "그런데 언니네 수영선생님은 겨털을 밀었냐?"고 묻더군요. 흐흐흐. 오늘 수영장 가서 보니까요. 나의 수영쌤은 겨털을 밀지 않았어요.

정말 여성들은 겨털을 밀어야 하는 걸까요. (댓글 환영!)

2008.8.11



* 평화바닥 회원인 희깅님은 <프로메테우스>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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