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희깅] 내 안의 폭력성

평화바닥 2007. 11. 19. 13:58
내 안의 폭력성  


희깅




내가 유일하게 쓰는 욕이 있다. '지랄'

정말 못봐주겠는 어떤 상황, 예를 들어 이회창이 대통령에 나온다고 했을 때, TV를 보면서 툭 던진 한마디가 "지랄하네"였다. '지랄하네'는 다양한 곳에 쓰였는데, 대학다닐 때는 학생처 선생이 학생회 애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 그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취재하면서는 문재인이 지율스님을 찾아왔을 때 그랬고, 장애인투쟁에 대해 폄하하는 정부를 보면서 그랬고, 최근에는 이회창의 출마선언을 보면서였다.
욕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건, 내가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건 욕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랄하네'는 고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치고 싶지 않다.

몇일전 버스를 탔다. 어제 7013번 버스(이 버스는 평화바닥 사무실 앞에도 간다)를 타고 사무실에 가는 길이었다. 어떤 사람이 5살 정도의 아이를 데리고 건널목을 건너자 마자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아이 아빠인 것으로 보였다. 운전사는 안된다 했다. 거긴 정류장이 아니니까. 운전사로서는 정당한 행동이었으나, 아이 아빠는 운전사를 노려봤다. 운전사는 마지 못해 문을 열어줬고, 그 아이 아빠는 "X발, X발"을 연달아 중얼거렸다. 운전사는 원래 안되는데 문 열어줬더니 욕을 하냐며 뭐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 아빠 왈, "내가 언제 당신 들으라고 했어?"
아~ 놔~! 이런 순간 나의 떠오르는 한 마디, "지랄을 해요, 지랄을 해." 사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그 아이 아빠를 향해 "X발"라고 외친 뒤, 내리려다가 내 입이 싸질 것 같기도 하여 그냥 내렸더랬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경우에 어긋난 사람을 만난 것이다. 들어서자 마자 서빙하는 10대 후반여자아이에게 담배심부름을 시킨다. 여기서부터 난 불편하기 시작했는데, 이 인간 계속 난리도 아니네! 사장을 나오라고 하더니, 반말로 음식이 이게 뭐냐고 하지 않나. 물은 셀프라고 써져있는데 여긴 손님 대접 이렇게 밖에 않하냐는 등 정말 어이없는 일의 연속. "인간아, 시끄럽다. 그리고 물은 셀프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참았더랬다.
게다가! 담배사온 여자 아이에게 "이거 누가사왔어?"라고 묻더라는 것. (슈퍼에서 그녀에게 담배를 팔지 않아 카운터를 보는 아주머니가 담배를 사러 다녀왔단 사실!) 그녀는 "아주머니가..."라고 답했고 이 인간은 "너무 솔직한거 아냐? 팁줄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 순간, 불끈! 아주 버럭 일어날 뻔했더랬다. 돈으로 사람을 가지고 노나?
그 인간은 "지랄"하고 있었는데 나는 면전에 대놓고 "지랄하네"를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였더랬다.

가끔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내 안의 폭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싸움을 걸지 않았고, 싸움을 걸어와도 하지 않았더랬는데, 내가 정말 가끔 혹은 난데없이 "지랄"이라고 하는 순간 동시에 좌절도 우르르. 고쳐야 하는걸까? 고민스럽다.

2007.11.14.
희깅총총



* 회원이신 희깅님은 <프로메테우스>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문 : http://peaceground.org/zeroboard/view.php?id=ground&no=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