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희깅] 심리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평화바닥 2007. 12. 23. 05:54
 

심리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독립을 꿈꾸는 여성을 위해... 일다의 책 <나, 독립한다>



희깅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립을 단지 가족한테서 떨어져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더 가족의 간섭을 많이 받게 되거나, 스스로 강하게 의존하는 경우도 보았다. 어쩌면 물리적인 공간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독립보다 심리적인 독립이 더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자가 독립하는 방법은 집과 멀리 있는 대학에 가거나, 결혼하는 거 아니겠어?”라고. 그런데 대학에 가거나 결혼하는 것이 독립인 것일까? 독립이란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것인데, 대학에 가서 생활비를 받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것을 독립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때는 마냥 집에 나가 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일 테다.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여성들이 독립을 꿈꾼다. 누구에게나 가족을 떠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겠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또 현대 여성일수록 사랑, 명예, 결혼, 가정보다도 독립을 원한다고도 한다. 다양한 이유로 독립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독립하려고 하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물론 전․월세 계약금부터 있어야겠지만….

<나, 독립한다>는 8명의 ‘독립일기’다. 환갑이 된 여성, 장애여성, 가정폭력 피해여성, 이혼여성 등이 등장한다. 남자 친구와의 동거로 독립의 길에 들어선 스물여덟 김희수씨는 개미떼가 걱정이고, 결혼, 이론, 아이 모두 선택한 윤하씨는 독립을 위한 길에서 포기한 것들도 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던 장미씨는 손에는 힘이 없어 발로 모든 생활을 해야만 했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승민씨는 독립을 통해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웠다. 이혼으로 자신이 성장하고, 독립할 수 있었던 숙경씨와 환갑의 나이에 남편과 자녀로부터 떠나 독립한 이옥임씨의 이야기는 독립은 단지 20~30대의 소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동성 애인과의 동거는 ‘관계로부터의 독립’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여성과의 연대 속에서 서로가 독립의 밑천이 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들은 여성주의저널 ‘일다(www.ildaro.com)의 ’변화와 독립‘ 칼럼에 연재된 글들이다. 여성들의 삶의 정체성 찾기와 ’변화‘에 얽힌 사연과 시도들, 독립에 대한 일상의 경험을 담은 글들은 수많은 독자들의 호응과 지지를 불러왔다. 여전히 다양한 이야기로 연재중이다.

독립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나, 독립한다>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만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상황에 비슷하게 대처해 왔거나 앞으로 이렇게 해결해야 겠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독립한다>는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솔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다.

독립에는 ‘지침서’라는 것이 없다. 독립을 하는 이유가 다르고, 경제적인 수준이 다르고, 처해진 사적인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성에게 독립을 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며, 동시에 독립을 ‘판타지’라 여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립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나, 독립한다>는 먼저 독립한 여성들의 실제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나, 독립한다> /김희수 외 7인/일다/9800원



* 이 글은 <프로메테우스4U>에도 실린 글입니다.

* 회원이신 희깅님은 <프로메테우스>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문 : http://peaceground.org/zeroboard/zboard.php?id=ground&no=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