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의 시선

[여옥] 서경식 선생님과의 만남

평화바닥 2008. 2. 23. 03:19


서경식 선생님과의 만남
- 병역거부자의 행복한 책읽기 모임을 마치고
  


여옥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디아스포라 기행>의 저자 서경식 선생님과 함께 평화주의자들의 행복한 책읽기 모임이 열렸다. 모임이 있었던 1월 28일 월요일 저녁, 어느덧 평화박물관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이 채웠다.






[비국민과 국가, 국민되기에 대해 설명하시는 서경식 선생님]

서경식 선생님께서는 일본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DVD를 가져오셔서 직접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셨다. 책에서 읽었던 아우슈비츠 현장, 이탈리아의 또리노 시, 그의 책이 나온 출판사, 쁘리모레비가 자살한 곳 등을 영상으로 보며 설명을 들으니 왠지 쁘리모 레비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서경식 선생님께서는 '증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옥의 대합실을 비유로 들어 설명하셨다.  현실은 지옥의 대합실이라 문 하나만 열면 지옥인데 모두들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실을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 증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99년도 일본에서 출간된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보여주시는 서경식선생님]

일제시대 때 조선인을 징병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에게 총을 주었을 경우 누구를 겨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즉 국민으로 믿을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징병하지 않았다고 한다. 병역의 의무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배려가 아니라 배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교육, 납세, 병역이라는 의무로 국민화, 국가화시켜서 국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이 국민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논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간혹 혼혈인에 대한 차별로 병역문제를 들기도 하는데, 그 문제의 본질은 군대를 못가게 해서 국민이 될 수 없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다녀와야만 국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셨다.

서경식 선생님께서는 '국가'를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지금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의 감옥 -군사주의의 감옥, 국가주의의 감옥, 신자유주의 경제성장의 감옥 등등- 이 또다른 아우슈비츠라고 강조하셨다.

책에 서명을 받는 모임 참가자들국가가 있는 한, 전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아닌 자신의 삶의 주체인 '개인'으로서 거부와 결단, 그리고 국가없이 사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공유, 연대가 중요하다고 하시며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국가라는 감옥의 창이 되어주길 희망하셨다.



* 후원회원이신 여옥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